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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李現淳(이현순)
작성일 2020-02-06 (목)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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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宗廟)-삶의 한가운데서 죽음을 만나는곳

종묘宗廟-삶의 한가운데서 죽음을 만나는 곳

종묘는 원래 창덕궁, 창경궁과 낮은 궁담을 경계로 하나였다. 그것을 1931년 일제가 조선의 정기와 왕기를 끊기 위해 둘로 쪼개고 길을 냈다. 바로 율곡로다. 그 뒤 종묘는 고립되었고, 삶과 죽음의 경계는 더욱 짙어졌다. 그 끊어진 기와 길을 본래대로 잇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면 율곡로는 넓은 터널이 되고 그 위로 흙과 나무가 덮이면서 창덕궁과 종묘는 그 원형을 찾는다.


 
조선 왕조 500년 도읍지인 서울에는 조선의 유적들이 시대와 사람을 관통하며 자리하고 있다.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등 궁궐과 사찰, 사대문 등이다. 그중 종묘는 다른 문화재와 결이 다르다. 궁궐이 살아 있는 군주의 기가 담긴 곳이라면, 종묘는 만들 때부터 ‘죽은 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왕과 왕비의 신주 그리고 그들을 죽어서도 모시는 배향 공신들을 모신 매우 특별한 장소다. 해서 종묘의 건축물들은 궁과 외견은 흡사하지만 그 세밀한 구조, 방향은 물론이고 연못이나 돌길, 대문 이름에도 각각의 의미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혼과 왕조의 영생이다.

종묘의 시작은 바로 태조 이성계다. 태조는 조선을 창건하고 한양에 도읍지를 정한 후 법궁인 경복궁을 건설했다. 그리고 예법에 따라 궁의 왼편에 종묘를, 오른편에는 사직을 세웠다. 태조가 생각한 종묘는 4대 봉사다. 즉 자신의 4대 선조인 목조, 익조, 도조, 환조와 자신까지 5위의 신주만을 모시는 것이다. 태조가 죽고 정종의 뒤를 이은 태종은 종묘 중축을 결정했다. 그 후 임진왜란 때 종묘는 왜군에게 소실되었다. 당시 선조는 한양을 떠나면서도 무엇보다 종묘의 신주들을 고이 챙겨 모셔 갔다. 사극에 종종 등장하는 “전하, 종묘사직을 보존하소서”라는 말을 몸소 실천한 셈이다. 종전 후 선조는 종묘 재건을 지시했고 광해군 때부터 하나씩 증축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우매한 군주 선조가 종묘의 신주를 보존한 것은 어쩌면 그의 유일한 ‘치적’인 셈이다.

종묘에 신주를 모시는 공간은 두 개다. 역대 왕과 왕비를 모신 정전과, 일정한 때가 지나면 신주를 옮기는 영녕전이다. 현재 정전에는 19위 왕과 30위 왕후의 신주를, 영녕전에는 15위 왕과 17위 왕후, 그리고 의민황태자의 신주가 있다. 종묘에 들어서면 정문인 창엽문蒼葉門이 나온다. 조선의 모든 것을 설계한 정도전이 종묘를 지으며 ‘조선 왕조가 푸른 나무처럼 영원하라’는 염원을 담았다. 그리고 작은 연못이 눈에 들어온다. ‘지당’이라는 이 연못에는 단 한 마리의 물고기도 살지 않는다. 애초부터 왕의 영혼을 모시는 곳이기에 다른 생명체를 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돌로 만든 길이 나온다. 바로 삼도三道다. 이 길은 가운데가 양옆보다 조금 높다. 마치 오목렌즈처럼 말이다. 이 역시 의미가 있다. 가운데 높은 길은 신향로神香路로 신주로 모신 제왕의 길이다. 동쪽의 길은 어로御路로 군주가 제를 올릴 때 다니는 길이며 서쪽은 세자로世子路로 세자가 다니는 길이다. 이 삼도에도 조선 왕조의 엄격한 유교 사상이 녹아 있다. 또 종묘에는 고려 공민왕의 신위를 모신 곳이 있다. 태조 이성계의 명으로 공민왕을 기리기 위해 특별히 만들었다.

동서로 약 109m의 정전과 영녕전을 마주하면 우선 그 장엄한 기에 눌린다. 이곳에 잠든 이들이 왕과 왕비라서가 아니라 명필의 손에서 탄생한 듯한 단순하면서도 거침없이 그은 한 획 같은 정렬된 건축물에서 그야말로 ‘혼魂’과 ‘영靈’을 직관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건축가들도 종묘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물론 군주의 육신을 모신 능도 있고 이집트 피라미드도 그 규모와 역사성에서 귀한 존재다. 종묘는 그에 비해 규모도 작고 화려하지 않지만 말 그대로 정통, 계보, 혈통, 순혈 등을 모두 포함한, 한마디로 왕조의 삶과 죽음의 역사 기록장이다.

서울에서 종묘는 어쩌면 행운 같은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도심 한가운데, 즉 삶의 중심에서 죽음의 의미와 가치를 되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삶과 인생의 덧없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마음에 작은 점을 찍듯, 나의 생각과 마음을 초심으로 리셋하는 정도, 그거면 된다.

[글 장진혁(프리랜서) 사진 문화재청 종묘관리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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